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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5

47. 묵자, 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

by 김연큰 2025. 2. 14.

2025년 1월에 읽은, 올해 네 번째 책이다.
 
예전에 <동양철학 에세이 - 김교빈, 이현구>를 읽었을 때 묵자에게 가장 관심이 갔었다.
그 책에 나온 그의 특징을 요약하면 "직언, 기술, 일" 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상세하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묵자가 주장한 것은 정치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
  2. 기술과 일의 효용을 중시
  3. 피지배 계층을 옹호
  4. 고대 과학 기술의 성과가 들어 있음
  5. 현실적인 지배를 운명이라고 합리화하는 지배 논리에 맞섬

직언에 대해 내가 추구하는 바이고
기술을 다룬 유일한 사상가인데다
평등과 피지배 계층을 생각한 점이 맘에 들었었다.
 
하지만 묵자에 대한 책은 너무 두껍고 읽기 어려워보여 오랜 기간 읽기를 망설였고, 어느 날 책 검색하다 발견한 청소년용 책을 중고로 구매해서 읽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가장 관심 있었던 2번과 4번에 대한 내용은 여기에는 없었다 ㅠㅠ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으며 내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을 간략히 남겨둔다.
나는 요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눈여겨보고 있는 터라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소비지향인데 현재의 국제적 정세는 이러다간 다 죽어~ 상태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본주의의 대안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을 뿐- 2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제1부 -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초

p30, (식량은 나라 살림의 근본이다 중) 나라에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이가 생겨나면 군주는 먹던 음식의 5분의 3을 줄이고, 대부는 악기를 치우며, 선비는 자식을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는다.

식량위기가 심해지는 요즘, 과연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사에 문제가 났을 때 이렇게 위기 의식을 공동체적으로 느끼고 있는가?
 

p42, 묵자가 주장하는 것은 절제의 미덕이다. 집을 짓든 옷을 만들든 음식을 먹든, 적절하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지 불필요하게 낭비하거나 사치해서는 안 된다.

이때는 그래도 사치가 악덕이었지만 자본주의는 소비를 권장한다. 하지만 이래서는... 나라도 근검절약하자…
 

제2부 -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 가지 주장

p62, 유가는 신분질서를 중시하여 선비 계층 중에서 현명한 사람을 뽑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묵자는 신분과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중심으로 뽑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당연한 말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을 읽은 후라 그런지 이게 안되고 있는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 ㅠㅠ
 

p80,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 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약탈하지 않으며, 부자가 가난한 자를 깔보지 않고, 귀한 자는 천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간사한 자는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p90, 묵자와 공자의 주장은 방법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보편적인 사랑을 추구한다는 본질적인 내용은 동일하다. 다만 공자는 보편적인 사랑은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본 것에 비해 묵자는 처음부터 이런 구별과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묵자의 대표 사상인 '겸애'에 대한 내용. 이는 차별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책에도 나오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 정신과 잘 맞는다.
 

p114, 묵자는 권력자나 지배자의 면에서 어떻게 백성들을 통치할 것인가를 주장한 사람이 아니라 백성들의 편에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고민한 사람이다. (…) 묵자가 생각한 한 나라의 군주란 백성들이 어떻게 먹고 입으며 사는 곳은 어떤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존재다.

 
간소하고 실용적이며 불필요한 낭비를 억제하는 생활 자세를 강조한 내용이며 그를 위해 군주가 피지배계층을 위한 행동방침을 구술했다. 앞서 1부에서도 이미 절제를 언급했지만 이거야말로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생각없이 끌려가지 않는 방법으로 보이고,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이 다음에 나온 내용은 환경보호와도 연관이 된다
 

p126, 묵자는 죽은 이에게 예의를 다하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처지와 형편도 아울러 생각하는 간소한 장례식을 주장한다.

 
요즘 시대는 이렇게 하니까- 라며 가볍게 읽었는데 당시 상황(일반 백성은 현실적으로 하기 어려운 장례 문화)과 맞물려 생각하니 결국 이 주장은 실용주의 및 산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용 부분 외에도 피지배층을 옹호하며 상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음주가무에 반대하는 등 민본주의사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p164, 모든 것은 노력으로 얻는 것이다

 
세네카(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 및 데카르트(인간은 자기 의지대로 되어지는 존재)와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이게 능력주의로 오도될 여지가 있다고 느낀다. 물론 본문에서 느끼기로는 '남(운명)탓 하지 말고 노력하라' 는 뜻인 건 알겠으나…
 

p175, 묵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생산 활동에 종사하면서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힘쓰는 군자였다. (…) (우리나라에서 있던 공자 사상의 비판 요지는)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으며,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가를 깠으니 당시 묵자가 비판받은 건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었을 듯 하다. 사실 공자 사상은 제왕 제도에서는 꽤 맞는다 생각한다. 묵자는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 더 잘 맞는다.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지금의 상황에. 그런 면에서 너무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을지도.
 

제3부 -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

p186, 순종적인 침묵을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실천 을 주장하고 있다. 윗사람의 눈치나 보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하는 지식인보다는 군주의 잘못된 정치와 태도에 과감히 이의를 제기하고 간언하는 선비를 옹호한다. (…) 인의를 실천하는 데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때로는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동하는 지식인. 내 가치관과 같기도 하다.
다만 내 경우 이렇게 잘못된 것에 이의 제기했다가 화를 입은 경험이 있다. 그리되면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무사안일, 보신주의를 택하게 되더라.
 

제4부 - 적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의 방법

사람에 대한 믿음,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방어전쟁에는 적극적인 묵자 입장에 대한 이야기
 


 
묵자는 현재까지 53편이 전해 오는데 이 책은 핵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20편을 골라 구성했다고 한다.
각 편의 맨 앞에는 요약이 있고, 원문을 중심으로 번역하되 다소 편집한(중복 내용 제거, 어려운 내용 풀어씀) 내용이 있고, 그 다음에는 보라색 글씨로 해설이 있는 식의 구성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만큼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53편 중 20편만 골라 구성한 건 아쉽다. 나는 전반적인 내용, 특히 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알고 싶었기에…
216 페이지에 언급된 "<묵자>에 목수들이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묵자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성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기구들을 제조하는 기술에 능한 사람으로 이야기한다는 점" 이런 대목을 보면 아마 최소 방어 기술을 다룰 때는 기술 이야기가 나왔을 거 같은데 그러려면 두꺼운 묵자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건가 ㅠㅠ
 
이 책을 읽어서 얻은 소득이라면 묵자는 현재를 내다본 것마냥 자본주의의 맹점을 예측했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시대에 핍박을 받았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현 시대에 등장했어도 중국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똑같이 좋은 대접 못받았겠지만.
 
마지막 232페이지에 나온 이 한 문장으로 묵자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묵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앞선 평화 운동가이자 환경 운동가였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47편 : 묵자, 사랑, 그리고 평화를 향한 참지식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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