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책을 읽고 키건에게 제대로 빠져들었다. 홀렸다는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클레어 키건의 책 중 우리나라에 나온 책은 다 사겠어!' 하고 내가 애용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그녀의 책을 검색했는데 얼라리여.... 맡겨진 소녀 외에 우리나라에 나온 그녀의 책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뿐이었다. (지금은 <푸른 들판을 걷다>도 나왔지만 그 책은 2024년 8월 출간되었으며 이렇게 그녀의 책을 검색했던 시점은 2024년 5-6월 경이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 냈다고...
그래서 다소 시무룩해하며 다른 책과 함께 이 책을 샀다. 맡겨진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얇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보여 거의 사자마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회차: 2024년 6월이 거의 지나갈 무렵
흡입력이 <맡겨진 소녀>보다 더 좋아서 빠져들 듯 읽었다.
킬리언 머피가 영화로 만들고 본인이 주연을 한다는데 잘 어울릴 듯하다.
주인공은 사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건 맞다.
한 명의 인간이라는 관점에선 너무도 멋진 사람이지만 그건 결과론적 측면이다.
그가 고민하던 상황은 어쩌면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라고볼 수도 있는데 나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제목처럼 어쩌면 사소한 것으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의 행동의 근간은 복받은(?) 어린 시절 환경이고, 그래서 그런 선함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감히 기대해도 될까 싶은 일이 실현된다” 라는 신형철 님의 평에 무한대 공감.
내용만 보면 별 거 아니라 볼 수도 있는데 이건 키건 작가의 특색이라고 생각한다.
특별난 이야기도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흡입력 있게 내용을 전개할까?
그리고 중요한 하나 더. 그 의미가 잘 전달되게 번역을 어떻게 이렇게 잘 했을까?
역자 말로는 두 번 읽어야 더 좋단다. 얼핏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제목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일까? 사소해보여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내가 과연 다시 읽고 발견할 수 있을까?
2회차: 2024년 12월이 거의 지나갈 무렵
다시 읽으니 처음 읽을 때 몰랐던 게 많이 보였다. 특히 11 페이지의-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이게 임신한 여자가 물에 빠져 죽은 상황임을 1회차 독서에는 눈치채지 못하다가 옮긴 이의 글을 보고 알았고,
깨닫고나서 2회차에 다시 읽으니 p51-52 강에 빠져 죽고 싶다는 소녀와 p113 배로강의 저주가 달리 보였다
추가로 든 생각.
1) 이번 달 여의도에, 광화문에, 남태령에 가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아닐까
주인공처럼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사소한 듯 조그마한 조각인 듯 켜켜이 모여 뭉친 현대사의 덩어리가 굴러굴러
더 커져 터지기 전 막아야한다 생각하고 달려나간
어쩌면 주인공보다는 덜 망설인 용감한 사람들
2)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와 연결되는 느낌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기억에 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픈 역사일수록 기억해야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한데.
현재를 돕도 산 자를 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기억을 오래 가게 하기. 그러니까 과거의 아픔을 소설로 기록하기일 수 있다 생각이 든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11편 :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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