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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11.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by 김연큰 2024. 12. 27.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책을 읽고 키건에게 제대로 빠져들었다. 홀렸다는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클레어 키건의 책 중 우리나라에 나온 책은 다 사겠어!' 하고 내가 애용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그녀의 책을 검색했는데 얼라리여.... 맡겨진 소녀 외에 우리나라에 나온 그녀의 책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뿐이었다. (지금은 <푸른 들판을 걷다>도 나왔지만 그 책은 2024년 8월 출간되었으며 이렇게 그녀의 책을 검색했던 시점은 2024년 5-6월 경이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 냈다고...

 

그래서 다소 시무룩해하며 다른 책과 함께 이 책을 샀다. 맡겨진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얇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보여 거의 사자마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회차: 2024년 6월이 거의 지나갈 무렵

흡입력이 <맡겨진 소녀>보다 더 좋아서 빠져들 듯 읽었다.

킬리언 머피가 영화로 만들고 본인이 주연을 한다는데 잘 어울릴 듯하다.

 

주인공은 사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건 맞다.

한 명의 인간이라는 관점에선 너무도 멋진 사람이지만 그건 결과론적 측면이다.

 

그가 고민하던 상황은 어쩌면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라고볼 수도 있는데 나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제목처럼 어쩌면 사소한 것으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의 행동의 근간은 복받은(?) 어린 시절 환경이고, 그래서 그런 선함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감히 기대해도 될까 싶은 일이 실현된다” 라는 신형철 님의 평에 무한대 공감.

 

내용만 보면 별 거 아니라 볼 수도 있는데 이건 키건 작가의 특색이라고 생각한다.

특별난 이야기도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흡입력 있게 내용을 전개할까?

그리고 중요한 하나 더. 그 의미가 잘 전달되게 번역을 어떻게 이렇게 잘 했을까?

 

역자 말로는 두 번 읽어야 더 좋단다. 얼핏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제목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일까? 사소해보여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내가 과연 다시 읽고 발견할 수 있을까?

 


 

2회차: 2024년 12월이 거의 지나갈 무렵

다시 읽으니 처음 읽을 때 몰랐던 게 많이 보였다. 특히 11 페이지의-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이게 임신한 여자가 물에 빠져 죽은 상황임을 1회차 독서에는 눈치채지 못하다가 옮긴 이의 글을 보고 알았고,

깨닫고나서 2회차에 다시 읽으니 p51-52 강에 빠져 죽고 싶다는 소녀와 p113 배로강의 저주가 달리 보였다

 


 

추가로 든 생각.

 

1) 이번 달 여의도에, 광화문에, 남태령에 가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아닐까

 

주인공처럼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사소한 듯 조그마한 조각인 듯 켜켜이 모여 뭉친 현대사의 덩어리가 굴러굴러

더 커져 터지기 전 막아야한다 생각하고 달려나간

어쩌면 주인공보다는 덜 망설인 용감한 사람들

 

2)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와 연결되는 느낌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기억에 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픈 역사일수록 기억해야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한데.

현재를 돕도 자를 구하는 방법 하나가 기억을 오래 가게 하기. 그러니까 과거의 아픔을 소설로 기록하기일 있다 생각이 든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11편 :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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