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가끔 지인에게 추천 받은 책 혹은 책 소개를 보고 마음이 끌려 읽어보면 분명 소설의 매력이 있는데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하겠다고 샐러드만 장기간 먹으면 영양 결핍이 오는 것처럼, 어쩌면 나에게 정서적으로 부족한 것이 소설을 읽지 않아서가 아닐까. 에세이, 철학, 역사, 예술, 과학, 정치, 경제 등등 소설만 빼곤 가리지 않고 읽는데 그렇다면 소설을 읽지 않아서 나에게 생긴 결핍이 있지 않을까?
이후 괜찮은 소설을 찾아다녔고 마침 이 책을 만났다. 2024년 1월의 일이다.
그럼 이 책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느냐? SNS에서 "이동진 추천 서적" 이라는 게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 그가 꼽은 2023 올해의 소설이 이 책이란다. 첫 관심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양 결핍으로 억지로라도 먹기 시작한 음식이 있다면 맛있어 보이는 것을 시식을 하면서 입맛을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딱 그런 용도로 좋아보였다. 책도 얇고 적당히 빠르게 읽기 좋아보였다. 소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에피타이저로 적합해보였다.
실제로 이 소설은 짧고 그래서 금방 읽는다. 읽는 도중 든 생각은 - 중반까지 좀 심심하다고 느껴서 역시 소설은 나랑 안맞나? 라는 것이었다.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데, 뭐야 너무 심심하잖아, 평탄하잖아,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와, 진짜.
마지막에 정말 폭발적인 긴장감이 있다.
다 읽고 나니 가슴이 뭔가 먹먹한..? 찌릿한..?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책 뒷표지에 있는 김금희 소설가의 표현처럼 “새로운 말이 필요”한 감정이다.
그 감정을 머금은 채로 책 구매처에서 독자들이 남긴 서평을 읽어보았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의 감상을 보니 벅찬 마음이 들고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다시 되새겨봐도 별 거 아닌 내용 같은데 이런 감정을 들게 하는 거 보니 클레어 키건은 정말 대단한 작가라 생각이 든다.
후일담: 나는 이 책을 읽고 클레어 키건에게 반해서 이후 우리나라에 그녀의 책이 출간되는 족족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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