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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5

84.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by 김연큰 2025. 10. 31.

작년에 알라딘 서점에서 진행한 이벤트인 21세기 최고의 책에 선정한 책이기도 하고, 내 인생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는 책이기도 하다. 2020년 5월에 처음 읽었고 독후감을 남겨보고 싶어서 이번에 다시 읽었다.

 

우선 과거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남겨둔 메모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과 더불어 디스토피아적 소설로 추앙받는 책들과 비교할 때, 설정상 그리고 과학기술상 가장 먼 미래이지만 사실상 과거부터 존재하던 것을 명시적으로 실현시킨거라 본다. 즉, 이 이야기는 인류의 과거이며 현재이며 또한 미래라고 본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다 행복할 거다. 통치자가 관리하기도 매우 좋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 입장(야만인 존)에서는 끔찍해보일 것이다. 아 물론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들면 동조할 이도 있겠다.
한 세계에 길들여진 이는 다른 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다. 린다와 존이 그 예시이다. 17장에선 멋진 신세계의 설립 의도가 나타난다.
아쉬운 건, 1950년대 만들어진 것이라 그런지 여성에 대한 시각이 매우 구시대적이며, 과학적인 면에서도 놀라운 창의력은 없다. 굳이 그런 시대에 헬기를 타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흡입력있는 재밌는 소설이었음.

 

이 시점에서 다시 읽었을 때 내 감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아쉬운 점부터 읊으면 다음과 같다. 이전에 읽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 남성 위주 표현, 영국 중심 표현의 아쉬움
  • 피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
  • 모든 사람의 소유라면 동성연애도 자유로울텐데
  • 그 시대에 과연 택시가 헬기 형태일까? 개인소유의 차가 헬기 형태일까?
  • 1932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이런 어쩔 없는 한계일지도

이제 본격적인 감상으로 가보려고 한다. 나는 '신세계'라는 표현대신 '포드 세계'라는 표현을 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멋진 신세계'는 인간성, 주체성, 자유가 없고, 젊음-정상성-소비-성적쾌락-타인과의 시간을 추구한다.

반대로 노화-장애-절약-금욕-혼자있음을 경멸하고, 존재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이 책 초반은 매우 보기 불편할 수 있다. 그 문턱을 못넘으면 이 책은 완독하기 어렵다.

포드 세계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야만인들의 가족, 출산 개념을 역겨워하는 것을 미러링하는 셈이라서...

 

소비를 추구하고 절약을 멸시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속성을 제대로 꿰뚫어봤는데, 어쩌면 세계 대공황 직후에 나온 책이라 그걸 잘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남자, 여자, 아이는 해마다 일정한 양을 소비할 의무가 있었지. 산업을 위해서 말이다."
"꿰매어 입기보다는 버리는 편이 좋습니다. 많이 꿰매면 꿰맬수록 그만큼 가난하고, 많이 꿰매면 꿰맬수록 그만큼......"

 

주체성이 없다보니 간혹 그걸 발현하는 이는 비정상으로 비춰진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소절이 있는데, 이게 그 발언자(버나드)가 무시당하거나 경계대상이 되는 이유다.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버나드)가 말했다.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결국 이 책에서 의도하는 바가 디스토피아를 그렸다는 점에서 '포드 세계에서 추구하는 것이 결국 옳은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진다고 볼 수 있다.

 

그 의문에 대한 문답이 존(그리고 헬름홀츠와 버나드)을 통해 16~17장에서 진행된다. 그 부분을 읽다보면 <포드 세계에서의 '' = 유배지 = 자아의식이 강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온갖 사람들이 있는 . 그들은 조금이라도 자기주장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고, 그들은 행복이냐(포드 세계), 진실이냐()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놀라운 부분은 헬름홀츠가 자의로 섬을 택한 부분인데 어쩌면 작가의 속성이 그렇다는 것을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마지막 18장은 (전에 읽었을 땐 그런 생각이 안들었던 거 같은데) 유명인과 파파라치를 보는듯도 하다.

혹은 의도치 않게 유명인이 된 일반인에게 따라다니는 악플러들(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관심을 표현하는 거고 악플러라 생각하지 않는)이라던가 - 쓰고 보니 이쪽이 더 비슷하게 느껴진다.

한편 보호구역에서 린다 주변을 돌아다녔다는 파리들이 이 부분의 복선이었던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 이걸 읽었을 (2020년 5월)와 비교하면    사이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때는 당연히 야만인처럼 선택하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 54.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읽으며 잠시나마 '차라리 원시 시대가 나았던  같다' 생각했던 것처럼, 요즘 세상에 이걸 읽으면 포드 세계를 택할 사람도 많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 이 책 중반부터 존이 등장하면서 ", 멋진 신세계여." 라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대사가 자주 눈에 띄는데, 이 대사가 등장할 때의 존의 심경 변화를 추적해보면 그 대사가 서로 다른 톤으로 읽힌다. 희망의 노래가 조롱의 노래로 변하기까지 100 페이지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책 리뷰 84편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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