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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죽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by 김연큰 2025. 2. 16.

드디어 2024년 8월에 읽은 책으로 넘어간다.

이전에 올린 <사는 게 뭐라고>의 후속편이다.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2024년 7월에 읽은 마지막 책! (12번째 책!) 와 드디어 7월의 마지막이다~이 책은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한수희>에서 언급되었는데 다음 부분이 인용되어 있다."넌 일단 시작하면 빠르잖

kim-lotus-root.tistory.com

 

부제가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인데, 저자가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쓴 에세이다.

 

그래서일까? 앞 부분은 전편보다 차분한데 냉소적이고 냉정하다.

전편 대비 잘 읽히지 않는 느낌도 들고.. 가족의 죽음을 겪은 유년시절 이야기는 안쓰러웠지만.

 


 

77 페이지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 피우지 말길> 이 부분은 독특해서 인상적으로 느꼈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과 의사와의 대화인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내용으로, 가치관이 나와 안맞는 부분도 여전히 많지만 (여자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야 한다던지) 의학적 지식에 대해 이런 저런 걸 알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특히 암이 죽기 좋은 병이고 (그치만 유방암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함) 뇌졸중은 쓰러져서 죽지 않는다는 건 무서웠다. 병상에 오래 눕기 싫다면 심장이 젤 빨리 죽고 그 담이 암이고 뇌는 기약없이 누워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나니 차라리 심장이 아파서 죽어야 하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오래 병상 생활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기에.

 

또한 인상적인 건 97페이지에 나온 내용이다.

암은 암 자체보다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그 원인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암은 스스로 여러 물질을 만들어요. (…) 암이 만든 물질은 인체에 독이에요. 독을 매일 주입하는 상태나 마찬가지니 암이 진행되면 종양이 커지는 것보다 여러가지 물질이 생성되어서 인체가 약해지는 거죠. 식욕이 없어지고 여위어서 말기의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아직 우리는 그 독성 물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해요.

 

121 페이지 <내가 몰랐던 것들>은 호스피스에서의 생활을 다루는데 이 부분이 가장 읽기 편했다. 다 내려놓으면 글도 편해지는 걸까. 몸에 잔뜩 힘을 준 긴장 상태보다 힘을 풀고 이완할 때 일이 잘 되는 것과 비슷할까. 특히 전편과 이 앞 부분 같지 않게 <내년에 피는 벚꽃> 및 <모두들 일정한 방향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듯> 섹션의 마무리에서 희망적인 문장으로 끝난다는 점이 책 전반부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였다.

 

이 책 전편에도 나오는 말이고 여기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181 페이지의 이 대목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암에 걸렸다고 말하면 모두들 동정해줘.
그래도 예전에 걸렸던 정신병 쪽이 몇만 배나 더 고통스러웠어. 주변 사람들은 몇만 배나 더 차가웠고. 순식간에 친구가 한 명도 없어졌어.

 

경험으로도 그런 같다. 몸이 아픈 주변에서 챙겨주고 위로해주지만 정신이 아픈 그럴 없다.

 

저자 말에태자면 주변 사람들이 그리 건 그들 때문이 아니라정신이 아프면 내가 스스로 그들을 밀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챙기지 못할 정신이니 주변인에게도 사려깊을 없고 주변을 믿지 못하게 되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고 생각한다.

이걸 아플 땐 모른다. 나중에 낫고 나면 알게 된다.

 


 

저자 사노 요코는 2010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책 166 페이지에 남긴 구절을 그대로 저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알겠다. 당신은 이미 구원받았던 거예요. 부처님이 구원한 건 몸이 아니었어요. 영혼이 구원받았던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괴롭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평소랑 똑같이 지낼 수 있었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