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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23.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by 김연큰 2025. 2. 15.

2024년 7월에 읽은 마지막 책! (12번째 책!) 와 드디어 7월의 마지막이다~

이 책은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한수희>에서 언급되었는데 다음 부분이 인용되어 있다.

"넌 일단 시작하면 빠르잖아. 빨리빨리 해치우면 편할 텐데." 상식적인 친구들이 충고를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싫어, 그렇게 일하면 부자가 되는걸."  "부자 되기 싫어?" "응, 싫어. 근근이 먹고사는 게 적성에 맞아. 부자들 보면 얼굴이 비쩍 말랐잖아. 돈이 많으면 걱정이 늘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거라고."

 

여기에 호기심이 돋았다. 그래서 이 책과, 이 책의 속편이라는 <죽는 게 뭐라고>까지 같이 중고서점에서 샀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랑 생각이 좀 다른 부분이 많지만- 중간 중간 노년에 대한 문장들이 가슴에 박히는 그런 느낌?

책 초반 🤔였는데 다 읽으니 👍🏻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유쾌한 톤이다. 다만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고, 일하기 싫어 최대한 미루고.

p65 / 일을 의뢰받으면 그 일이 무엇이든 간에 아, 싫다, 가능하면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먹고살질 못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마감 직전 혹은 마감 넘어서까지 양심의 가책과 싸워가며 버틴다. 그 전에는 아무리 한가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특히나 인간적이고 나를 보는 것 같다. (아니 사실 저건 인간이라면 99% 정도 그렇지 않나요?)

책 후면에 있는 해설과 역자의 말에는 ‘염세적’ 이라고 하지만 난 사노 작가가 솔직하게 쓴 내용들이 까놓고 말해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기에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에 쓴 책이라 그런지 유독 노인이 느낀 고민들이 녹아있다. 아마 내가 5년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공감되는 게 별로 없었을 거 같고 읽다 말았을 수 있다.

p77 /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근 몇 년간 엄마의 암 투병과 이후 노화된 신체를 보며 느낀 게 많다보니 위 문장처럼 눈에 밟히는 문장이 꽤 있었다.

 

한국 이야기가 은근 많이 나온다. 근데 이 관점이 참으로 날카롭다. 예를 들면 "그 나라(한국) 부자를 좋아한다. 나도 부자가 좋다.", "어째서 나라(한국) 미국을 그처럼 좋아하는 것일까." 같은 부분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또한 책 중반에 나온 한국 드라마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저자는 중독적이라고 넘 재밌다고 하면서도 이상한 점을 지적했으나 나는 그 이상한 부분 땜에 드라마를 안보는 거니까) 넘 재밌어서 깔깔 웃으며 봤다. 다만 드라마를  안보는  입장에선  이해를 위해 <호텔리어> 정보를 검색해야 했다...는 건 좀 귀찮았다만.

한일 아줌마 얘기에서는 엄마 생각나서 짠하기도 하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결국 애쓰는 건 아줌마고, 아저씨들은 뒷짐만 지는 비겁한 이들이다.

p140 / 비단 우리 엄마뿐 아니라, 패전 후의 혼란기를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체면 따윈 개의치 않는 아줌마 파워 덕분이었다고.

 

 

 

다만 저자가 일본인인지라 글 내용 중 정서상 좀 안맞는 부분도 있고 어르신이기에 현 시대와 안맞는 생각도 좀 있다. 구시대적 남녀 역할 혹은 남자가 성생활 맘대로 하는 게 어때서 식의 생각(예를 들면 p124 "남자의 생식기쯤은 마음대로 쓰도록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p190 "하반신 정도는 멋대로 쓰게 내버려둬.")인데 특히 여기 동의하기 어려운 건 당장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마도 자궁경부암의 주 원인이 남자의 생식기인 걸 몰랐을 거다. 그건 최근에야 알려진 것이니.

 

그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자기 자신에게 쿨한 모습인 점이 좋았다. "정말이지 인간은 쓰레기만 만들어낸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호감인 걸! 나도 이분처럼 나이 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아래와 같은 모습마저도.

 

p187 /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23편 :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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