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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15. 일의 격 - 신수정

by 김연큰 2025. 2. 11.

2024년 7월에 읽은 12권의 책 중 4번째 책.

 

평이 좋아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는데 너무 기대가 컸는지.. 내 입장에선 실망이었다.

글은 술술 잘 읽힌다. 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는 뭐라고 해야하지... 익히 아는 메시지가 많다. 예를 들면 일단 해봐라, 포기하거나 버릴 건 버려라-와 같은.

물론 나도 동의하는 메시지이지만 새롭지 않다. 비슷한 류의 책을 많이 읽어봤다면 아마 나와 비슷한 감상을 할 수도 있다.

 

앞뒤가 모순된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85 페이지에서 천재성 신앙으로 망가지는 케이스(자기 앞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포기)를 안타까워 했는데, 135 페이지에서는 자신이 최고의 물리학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베조스 이야기를 하며 포기해도 된다고 한다.

유사하게 194 페이지에서 사람을 바꾸게 하는 법이 아닌 그 사람이 스스로 바꾸게 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는데 337 페이지에서는 자신을 바꾸려 애쓰지 말고 환경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들을 바꾸는 게 빠르다고 한다. 그럼 194 페이지에서 언급했던 안맞는 사람은 결국 나가게 하는 게 (그 사람 입장에서도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이가 바뀌니) 맞는 것인가? 전자는 안맞는 사람을 대하는 입장이고 후자는 내가 그 안맞는 사람일 때의 상황이므로 결론은 안맞는 사람이 나가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의에 빠진 사람 입장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내용도 있었다. 248 페이지에 보면 “어떤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과 열정이 너무 강하면 그 직업을 잃게 될 때 크게 좌절에 빠진다“ 라며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에 대한 소명 의식이 아니라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직업 피아니스트로서의 소명 의식보다는 '음악'에 대한 소명 의식, 교사로서의 소명 의식보다 '교육'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직업 연주자를 못 하게 되더라도, 교사를 더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여전히 그 뜻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라는데..

24년에 지인이 겪은 사례와 비교해서 보면 이게 되나? 싶은 것이다. 지인의 이야기라서 자세하게 서술할 수는 없으나 지인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잃은 이야기를 듣고 얼마 안된 후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씁쓸하게 다가왔다.

 

대체로 메시지 자체는 좋은 말이 많아 끝까지 읽기는 하나,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고,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대상은 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신입이나 주니어가 보면 좋을 거 같다.

나처럼 10여년 이상 풍파를 겪은 사람에게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인데, 뒤집어 말하면 주니어가 굳이 고생길을 겪기 전에 이 책으로 인생 예습을 하면 좋을 것이다.

 


 

좋았던 문장 혹은 인상 깊었던 부분

  • p108 “인생은 '워터폴(waterfall) 이 아니라 '이터레이션(iteration)’ 이다”
  • p168 “Context를 보지 않고 멋있어 보이는 Text만 보면 고생을 많이 한다” (비슷한 말이 182 <최고의 실행이 안먹히는 이유>에도 있다)
  • p181 또라이.. 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
  • p194 "사람을 바꾸는 비결이 무엇일까요?"가 아니라 "그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게 도우려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해야 한다.
  • p196 “새로운 일을 꺼리고 저항하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이다”
  • p279 “행동한 결과가 성공일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행동 자체를 한 것이 행복을 결정한다고 한다.”
  • p321 “사람들을 움직이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는 '간절히 원했지만 너무 얻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성취하는 스토리’”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15편 : 일의 격 (신수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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