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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36. 불변의 법칙 - 모건 하우절

by 김연큰 2025. 2. 22.

모건 하우절, 그러니까 <돈의 심리학>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이번에도 친구가 먼저 읽었고, <돈의 심리학>만큼은 아니지만 읽어볼만 하다고 하여 2024년 10월에 읽었다.

확실히 전작보다는 재미가 덜하다고 느꼈고 그래서인지 읽는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ㅎㅎ;;

 

그럼에도 추천하겠냐? 라고 한다면, 음. 한번은 읽어볼 책이라고 하겠다.

인간의 본성 그리고 세상의 이치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룬 점이 좋았고 그래서 인생에 있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의 심리학>만큼 두고 두고 생각나는 책은 아니라서 '한번은' 읽어볼 책이라고 하는 것.

 

참고: 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경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3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느냐? 라고 물으면 보통 세 번째 추천 서적은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1, 2번째 책은 동일하다. 하나는 EBS에서 낸 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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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론자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묵직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서문에서 "내가 이 책에서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늘 변화하는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라며 이 책의 주제를 바로 던진다.

 

1장에선 운과 우연의 영향을 언급하며 미래는 예상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2장에선 리스크가 왜 무서운지를 설명하며 리스크는 언제고 올 것이고 어떤 형태로 올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 3장에서는 행복을 위해 기대치를 낮추라 한다. 참 암울하다.

 

4장부터 10장까진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별 거 아닌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4-5장에 걸쳐서는 명과 암이 공존하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을 읊고 6장에서는 스토리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7장 <통계가 놓치는 것>(p141~159)은 데이터를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다. 특히 야구가 최근 그런 측면이 있는데, 데이터 야구 시대이고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 프로그램과 달리 데이터 외의 변수가 많아 데이터'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데이터 야구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감독이나 코치진이 데이터 외적인 판단을 내렸을 때 비난하는 경우가 잦아진 느낌이다.

 

9장 <더 많이, 더 빨리>(p181~191)는 카카오가 떠올랐다. 김범수의 꿈과 비전을 모르던 건 아니었지만 그걸 너무 빠른 시간에 급속한 성장을 통해 해내려다보니 결국 지금의 모습은…

 

다소 현타가 오는 10장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p195~213). 최근 읽은 철학책들에서 말한 것처럼 결국 인생은 고통인가 ㅠㅠ

위기/결핍/절박함이 발전을 만든다는 데서 어찌보면 인간은 본디 게으른 거 같기도 하다...라고 당시 생각했으나 훗날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를 읽으며 관점이 달라졌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하... 드디어 이 책의 차례가 왔다. 25년 2월에 읽은 이 (벽돌)책, 감상문을 어떻게 정리하지? 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느낀대로, 키보드 가는 대로 써보려 한다. 제목 그대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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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인간 특성을 읊었다면 11장부터는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통해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하냐?" 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11장과 12장은 연결되어 있는데 뻔한 말에 다 아는 내용 같지만 그럼에도 경각심을 갖게 된다. 제목만 명심해도 충분하다. 비극은 순식간이고 기적은 오래 걸리며, 작은 것이 쌓여 엄청난 것(비극이든 기적이든)을 만든다는 것. 조금 풀어 쓰자면 비극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건 결국 작은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방치하다가 이것들이 누적되며 큰 리스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13장 <희망 그리고 절망>은 10장과 11, 12장을 다 연결시킨 느낌이고 나에게 나름? 위로가 되었다. 특히 이 장 초반부에 나온 스톡데일의 사례는 더더욱..

스톡데일은 상황이 나아지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지니는 동시에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p245)

나도 결국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25년 봄까지 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14장 <완벽함의 함정>은 나에게 큰 위안을 줬는데 내가 일하는 방식- 적당한 휴식, 여유 시간 확보 -이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방식이라서.

근데 사실 그렇잖슴. 버퍼라던가 여유라던가 이런 게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어려워짐..

프로그래밍할 때도 자고 일어나니 해결책이 생각났다!!! 이런 경우도 많았다. (지금 제가 개발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거형임에 유의)

 

15장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의 경우 적정 수준의 불편함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받아들이고 견디라는 내용인데 다이어트 비유에서 딱 이해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 쉬운 다이어트는 없지 ㅋㅋ

근데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은 건 p278의 프레스필드 사례다.

그들은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엉터리를 꿰뚫어 본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랬기(엉터리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얼마전 SNS에서 본 것 중 초가공식품을 연구개발하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식품영양학과 나와서 신제품개발팀 들어가서 배운거랑 다르니까 괴리감에 미칠려고 하는 애들 수두룩한데, 식품개발인지 연구실인지 분간이 안되고 이게 사람이 먹어도 되긴 하는데 진짜 그래도 돼..?를 매일 보는거지..

 

IT회사나 게임회사도 그런 게 있다. 내 직업 윤리상 용납이 안돼. 근데 이래도 돼? 월급 받으려면 해야 하는데 이게 내 양심에 맞아?

 

사실 요즘 내가 퇴사를 고민하는 사유가 이것이다. 현실적 이유로 꾸역꾸역 다니고 있지만 현타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현타가 수년 간 누적되니 279 페이지 문장처럼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다 세상에 산 채로 잡아먹힐 것" 같은 상황이 오는 느낌이다.

사실 현 회사는 내가 조직장 안하겠다, 급여 많이 안받아도 상관없다 하면 적당히 가늘고 길게 다닐 수 있는 곳인데 그럼에도 나갈 생각을 하는 거니까.. 그래서 말인데 희망퇴직 좀 받았으면..

 

16장엔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한다고 하는데 그 달리는 방식은 개체 크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큰 개체는 힘으로 누르거나 작은 개체는 버티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인생은 원래 고통이라면서 설상가상 계속 달리라니 대체 왜 사는 걸까? (이런 생각에 깊이 빠지면 결론은 자살 뿐이라던데 요즘 자꾸 이런 생각이 ㅠㅠ)

 

18장은 내가 글을 쓸 때 힘들었던 걸 여과없이 꺼내놓는 것도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게 했다. 316 페이지에 나온 것처럼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두려움을 마음속 불안함을 정말로 행복한지 아닌지를 드러내지 않으니까.

 

19장은 인센티브 이야기인데 내 관점에선 다소 느슨하게 전개된다.. 싶다가 "오!" 하면서 보게 됐다. 인센티브로 인한 비상식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 특히 파시즘과 같은 집단심리를 부를 수 있다는 게..

 

20장은 겪어봐야 안다.. 음.. 그래 나도 내가 직딩 생활하면서 23~24년 같은 일을 겪을 줄 몰랐지. 그리고 그런 위기와 역경은 나를 굉장히 무력하고 자신감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업무도 소극적으로 하게 만들고…

 

22장에선 핵심적인 몇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나온 예시가 요즘 트렌드 땜에 날 피식 웃게 만들었다.

건강 문제에서는 8시간 숙면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다. 하지만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과 빠르고 쉬운 지름길, 온갖 약을 찾느라 난리다.

이거 완전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잖나. 저속노화라는 게 결국 기본에 충실한 거구나 싶었다.

 

마지막장 23장. 사람마다 경험은 다르고 그러니 의견 충돌이 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지만 나에게는 다른 내용들이 더 꽂혔다. 대표적으로 아래 내용

강한 자극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건들은 종종 신경 및 정신 활동의 심각하고 장기적인 균형 상실을 유발한다. (...) 신경증과 정신 장애는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주변 사람이 극단적 위험을 겪은 후에, 또는 자신에게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뭔가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 후에 나타날 수 있다.

 

23~24년 이후의 내 내면의 모습은 흉터가 많다. 이 책 387 페이지에 나온 것처럼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최소한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인상 깊게 보고 메모한 문장이 많은데, 그 중 다섯 가지만 여기에 소개하려 한다.

p106 / ‘100년 만의 사건’이란 100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해에든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약 1퍼센트라는 의미다. 이는 낮은 확률로 느껴진다. 하지만 수백 가지의 개별적인 100년 만의 사건들이 있다면, 특정한 해에 그중 하나가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꽤 높다.
p182 / 모든 일에는 적절한 규모와 속도가 있다. 그 선을 넘으면 문제가 생긴다.
p238 /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작은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다. 늘 그래왔다.
p320 /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힘들거나 괴롭거나 지저분한 측면은 전부 여과된 모습이다. 대개는 보기보다 힘들고,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다.
p384 / 사람의 마음은 건물이나 경제보다 더 회복하기 어렵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36편 :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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