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에 읽은 첫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를 믿고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그냥 골라본 책이며 중고서점에서 샀다.
제목은 '일을 하다보면 기쁠 때도 있지만 결국 뭘 하든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깨달아서 슬프다' 라는 의미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그런다는 소리지 뭐
내 생각은 맞았을까?
보통 저자의 의도나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목적 등은 서문 같은 곳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서문도 없이 대뜸 1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1장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저자의 의도가 나온다.
1장, 화물선 관찰하기
읽기 시작하고 네 번째 줄에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 이란 표현에 괜히 흠칫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화물선을 관찰한다. 주인공은 '바다의 여신'이라는 이름의 배다.
중간 중간 사진이 나오고, 덕분에 그가 서술한 표현을 사진과 함께 감상하듯 보게 된다.
p17에서 "자신이 구입하는 물건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여행을 했는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예전에 유퀴즈였나? 화물선을 타는 일등 항해사분이 나와서 얘기한 걸 본 적 있는데 그때야 처음으로 그런 여정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찰나일 뿐 바쁜 내 일상 챙긴다고 또 잊어버린다. 18페이지에 있듯, 울산에서 싣고 나간 현대차의 차량들도 다 그렇게 해외로 가는 것인데.
또한 p25의 "어떤 분야든 노동하는 세계에 깊은 존경심을 표현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근거 없는 편견" 이라는 문장에도 공감한다. 자본주의 사회 들어서며 특히, 땀흘리며 일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존경은 커녕 하대하거나 무시하고 이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냥 돈 굴려서(=투자해서) 수익 얻는 것이 찬양 받는다. 타이밍 싸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비해 땀의 가치가 너무 적게 평가받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노동은 어느샌가 금기어가 되고 있다. '노동절'보다 '근로자의 날'이 더 친숙한 것처럼.
1장 말미에 되어서야 저자는 이 책의 의도를 말한다. p32~33, "나는 이 책이 부두에서 신전에 이르기까지, 의회에서 회계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18세기의 도시 풍경화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를 바란다.",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노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라고.
그제야 앞으로 돌아가 차례를 보니 별의 별 것을 다룬다. 공장, 연구직, 예술, 사무직, 창업 등등. 소설이 아니어도 다른 직업을 간접체험할 수 있겠구나 - 라는 기대가 든다.
2장, 물류
주제부터 심상치 않다. 안그래도 쿠팡이 쏘아올린 로켓에 이어 온갖 후발주자의 새벽배송 혹은 당일배송, 그리고 최근 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발표로 인해 배송 전쟁이다. 고객을 잡고 싶어서 주7일이나 새벽이나 당일 배송을 할 거면 그만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주말 배송 거절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했다는 썰도 도는 거 보니 꽤나 분위기가 흉흉해보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보는 느낌이다.
심지어 저 제도가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거냐?" 라고 하면 '아닌 경우도 있다' 라고 답하겠다. 내 경우 주말에는 배송 안했으면 하는 입장이다. 특히 냉동식품류는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주문하기 난감하다. 그나마 평일에는 아침에 배송 완료되더라도 어떻게든 집에 일찍 가서 냉동으로 옮기면 되지만 혹시나 토요일 집을 비웠을 때 온다고 하면 그게 젤 난감하다. 토요일 배송하지 말아달라고 요청 메시지를 넣어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이면 주7일 배송이 정말 고객을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고객이 원치 않는다면 주말에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줘야 한다. (나는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은 이용하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는 반려동물 용품이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물건의 제조와 유통 과정이 어떤지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도 이에 관심이 없었고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인데 요즘 그나마 희미하게 알게된 건 물류창고를 거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냉동창고가 왜 필요한 지도 알게 되었고. 그걸 알게된 건 배송 현황을 조회할 때 항상 등장하는 Hub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배송 경로를 보면 어디서 집하하고 중간에 어딘가 도착했다가 각 지부로 배달되고 거기서 우리집으로 배송하는 기사가 출발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한 프로세스만 대충 알던 상황에서 2장을 읽으며 내부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대목에 공감한다.
p48 / 우리의 풍요로운 세계는 기근에 시달리던 중세의 조상들이 꿈꾸던 생기발랄한 곳과는 다르다.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정신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능들을 단순화하거나 가속화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엔지니어들은 스캐닝 기계의 속도에 관한 논문을 쓰고, 컨설턴트들은 선반에 물건을 쌓는 직원이나 지게차 운전자의 동선을 약간이라도 줄이는 방법 연구에 경력을 바친다.
이윽고 53페이지부터 동행하게 되는 물류 여행은 한 마디로 끔찍하다. 참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거야말로 <책 한번 써봅시다 - 장강명>에 언급됐던 논픽션의 정수구나 싶다.
나는 끔찍한 걸 잘 못본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 최재훈> 후기에도 언급했듯 공감이나 내가 당한 듯한 느낌 뭐 이런 건 아니고 그냥 그 자체가 끔찍하거나 징그러워서 못보는 거다. 참치 사진을 본 순간 눈을 질끈 감고 말았는데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끔찍한 걸 보기 싫어하는 건 나의 양심이자 비겁함이구나. 저런 상황을 내가 보지 않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비겁함. 그리고 내가 스스로 이런 상황을 만들도록 행동하진 않겠다는 양심.
이 장을 읽은 기분은, <비행운 - 김애란>을 읽을 때의 딱 그런 느낌이었다.
3장, 비스킷 공장
흔히 생각하는 '베이킹' 과정과는 거리가 먼, 조립과 조합에 가까운 비스킷 공장 이야기다. p78에 디자인 책임자라는 로렌스는 "요즘 비스킷은 요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이 책에서 접한 비스킷이 만들어지고 포장되는 과정은 화학식 같기도 하다.
저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밀하게 나뉜 분업을 보며 삶의 의미와 연결하여 묻는다.
p84 /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p86 / 진짜 문제는 비스킷을 굽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5천 명의 삶과 6개 제조 현장으로 계속 확장되고 분화된 뒤에도 여전히 의미 있게 여겨지느냐 하는 것이다.
난 저자의 말에 의견에 공감하는데, 이를 느낀 게 10년 전 쯤? 이었던 거 같다. 내가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걸 인지할 때 참 보람있다 느꼈다.
여기에 더해 '도움이 되었다'는 건 내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최근 3년 간 깨달았다. 22년 11월부터 24년 10월까지 2년간 내가 하는 업무가 가치가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도움은 되는 것인지, 나는 내가 정한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당췌 다른 사람의 반응을 알 수 없던 상황에서 점점 지쳐갔다. 사람 사이 치이더라도 직접 부딪히며 내가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의 의미가 있다 느꼈다.
비스킷 공장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저자가 느낀 이 사회에 대한 현타이다. p113에서 그것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우리 노동의 진부함을 생각하며 희미한 절망감을 느끼다가도, 거기에서 나오는 물질적 풍요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내가 201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중 어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개발자와 합석하여 나눈 IT 산업의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초록색을 품은 IT 회사를 다녔지만 퇴사 후 여행을 온 것이었다. 플랫폼 따위로 돈을 벌어먹는다는 현실이 너무도 싫어서 그는 그 세계를 떠났다. 하지만 나는 플랫폼 장사에 현타를 느끼면서도 거기서 나오는 물질적 보상 때문에 차마 떠나지 못했다.
그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나는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4장, 직업 상담
짧은 편이었다. 제목에서 예상대로 결론이 다소 염세적이었으며 그럼에도 개인적인 소득은 많았다.
내용과 관계 없지만 '께느른하다' 라는- 내가 몰랐던 형용사의 발견이 기뻤다.
p116 /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 바로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널리 퍼진 믿음이다.
우리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교육 받으며 자란다.
한편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직업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한 번쯤은 갖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p124 / (상담사 시먼스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흔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착각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평범하게 살기만 하면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한 직관을 얻을 수 있다고 당연시하는 착각이었다.
부모님이 혹은 주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나와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은 이미 대학을 다니기 시작할 때) 시먼스가 한 말과 유사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남들 하란대로 하면 편해질 거다, 행복해질 거다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p125 /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동기와 성격 Motivation and Personality》에서 한 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p130 / 영국 사람들 대부분이 아무 생각 없는 열여섯 살 시절에 선택한 일자리에 체념을 하고 평생 일을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통로 맞은편에서는 그의 이런 분석을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10대 소녀 한 명이 께느른하게 《벨라Bella》잡지의 유명인사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영국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부분의 가장 큰 소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께느른하다" 라는 단어의 발견이다: 일이 마음에 내키지 않고 몸이 피곤하여 기운이 없다는 뜻
요즘의 내 상태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p134 / 참가자가 시먼스의 지시에 따라 나는 나 자신의 이야기의 저자다 하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을 들을 때는 특히 괴로웠다. (…) 시먼스의 이야기가 불편했던 것은 그것이 현대 세계의 성취와 관련된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 능력주의적인, 또 사회적 이동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지위는 자신감, 상상력,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을 설득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에 대한 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능력주의는 허상이나 다름없을 뿐더러 보완하여 진정한 능력주의 세상을 만든다 한들 사람들 간 끊임없는, 그야말로 오징어게임 같은 전쟁이 벌어질 터인데 현재 및 근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고..
한편 현 상황에서 어쨌든 버티거나 위로 올라가려면 시먼스의 방법이 그나마 최선일 터이다. 어찌보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지도.
한편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과학> 읽어보고 싶어졌다. 막스 베버 어디서 들어봤지? 했는데 <프로테스탄스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저자였다. 내가 대학교 때 이 책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p143 / 우리는 어떻게 해도 진정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만 박해와 수모를 당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고 풍족하게 돈을 벌지 못하고 일과 사랑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실망할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현실인 거 같다.
5장, 로켓 과학
한 일본 방송사에서 위성을 이용해 방송을 하고자 남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로켓을 쏘아올리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곳을 쫓아다니며 오랜 기간 고생을 사서 하는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그 절정이 여기였다.
이 장은 논픽션이라기보다는 단편 소설 느낌이 났다. 전개가 궁금증을 일으켰고 그래서 위성 발사는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 저 일본 방송국은 무사히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한편으론 홍콩에선 왜 리포터를 보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홍콩이 일본에 관심이 많나...?
이 작업을 지휘하는 프루동 박사의 이야기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상시켰다. 정확히는 연결되었다고 해야 하나. 위성 발사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0.2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하는 대목(p163)에서 "잉? 그렇게 높다고?" 라는 생각을 했고, 오후 늦게 부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갓 부화한 새끼 거북이들을 구경하러 간다는 대목(p165)에선 맨하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하나의 도시처럼 꾸미며 가족들과 일상을 보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나온 p158의 "현재 과학계의 삶이 개인적 에고의 제한 또는 말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는 대목하고도 연결된다.
로켓 발사 이후 홍콩에서 온 리포터의 반응을 보며 "로켓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것도 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p184)고 표현한 부분에선 피식 웃었다. 이처럼 이 책은 심각하게 읽다가 긴장 풀리듯 헤- 웃게 하는 대목이 꽤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가 풀어져있는 꼴을 못본다. 바로 이어서 나를 찌른다.
p186 / 론처 발사의 배경을 이루는 성취 가운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적 경험으로까지 분명하게 흘러들어올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삶의 많은 부분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면의 혹독함, 중력, 우울에 계속 시달리며 이어져나갈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나는 근대를 살아가려면 고통스러운 심리적 적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다. 과학이 제공하는 잠재력을 존중하면서도 그 혜택이 좁은 틀 안에 갇혀 곤혹스러울 정도로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p189 / 과학 이전의 시대에는 아무리 부족한 것이 많다 하더라도 어쨌든 인간이 이룬 모든 성취는 우주의 장대함에 비추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 장치에서는 그들보다 축복을 받았을지 몰라도 세계관에서는 그들보다 겸손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똑똑하고, 정확하고, 맹목적이고, 도덕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동료 인간들 외에는 달리 딱히 숭배할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선망, 불안, 오만의 느낌들과 씨름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왜 좋아할까? 라는 답을 여기서 찾은 느낌이었다.
현대 여러 면의 발전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 내 능력으로는 표현하지 못할 어떤 불편함?이 있는데 그걸 여기서 정확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6장, 그림
동일한 떡갈나무를 대상으로 2년간 그림을 그린 스티븐 테일러를 관찰하고 표현했다.
p194 / 테일러는 그 옆에 붓 못지않게 가지각색인 쭈글쭈글한 물감 튜브들을 내려놓는다. 이것이 그의 시각적 알파벳인 셈이다.
색을 칠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스킬과 장비와 화가의 고민이 보이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저렇게까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그려본 적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보이는 대로 최대한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했었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그에 맞는 대상을 정해서 어떻게 표현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p204 / 그의 관심은 우리가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공감하고 상상하려고 노력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 말 그대로 미리 볼 수 없기 때문에 예측도 할 수 없는 자연환경에 끌렸다.
그렇게 그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이윽고 화랑에서 그의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황이 나온다. 그리고 전시회가 끝나고 그 다음에는 물을 그리러 간다고 한다. 그 와중 내가 깊은 생각에 빠진 부분은 여기였다.
p215 /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테일러는 변변치 못한 배관공의 1년 수입 정도를 벌어들였다. 평소의 우리 모습보다 더 우아하고 지적인 대상을 창조하기 위하여 기꺼이 희생하는 인간 본성의 비실용적 측면을 보는 듯하다.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통장에 10억이 있으면 이론물리학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래 영상의 6분 22초 무렵이다.
https://youtu.be/1kijIhI6esc?si=T3aDap8Z8brhrbwn
나도 툭하면 로또 당첨되면 편하게 글쓰기에 전념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은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미루거나 포기하는데 불안정하고 적은 수입 속에서 어떤 소명 의식을 갖고 꾸준히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참 용기 없는 사람이다. 3장에 이어 다시 한 번 느낀다.
7장, 송전 공학
개인적으로 이 주제가 참 신선했다. 로켓 과학처럼 어떤 박사님이 나와서 송전 공학에 대해 읊는 부분이려나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송전용 철탑을 세우는 일을 하고, 여가 시간을 활용해 송전탑 평가회 활동을 한다. 찐으로 덕업일치를 하는 분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이언이 워킹 홀리데이로 잉글랜드를 방문하여 영국의 가장 중요한 송전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본다는 것에 저자도 따라 나선다.
매력적인 철탑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글로 봐도 잘 모르겠지만 그가 갖고 다니는 휴대용 백과사전의 정체를 보고 움찔했다.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가 펴낸 책이라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책이 있다고?
한편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가 언급되면 움찔하는 면이 있다. 알랭 드 보통같은 대작가가 우리나라를 언급한다는 게 상상이 안됐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람, 생각보다 이 책에서 우리나라 언급을 많이 한다. 우선 첫 시작부터 우리나라에서 온 관광객 언급을 하고, 현대자동차 이야기가 나오고, 로켓 과학에서도 우리나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언급이 나오고,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출판한 백과사전이 나온다. 내가 우리나라를 너무 낮춰본 것인지...
p226 / 결국 공통의 관심사가 없기 때문에 멀어진 거죠.
이 장의 주제와 별 관련은 없지만 유난히 꽂힌 문장이었다. 공통의 관심사가 없으면 결국 친구, 연인, 부부 간에 대화는 없어진다.
p230 / 나는 크림 색깔의 종이에 대수 방정식이 격자무늬처럼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려 자유롭게, 순수하게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보고 감탄할 수 있었다. 내용물 모르는 사람이 악보나 고전 아랍어를 감상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p232 / 나는 감명을 받았다. 그것과 비교하면 일상 언어는 무척이나 궁핍해 보였기 때문이다. 일상 언어에서는 전기 네트워크와 관련된 것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의미를 전달할 때도 엄청나게 많은 단어들을 불안정하게 잔뜩 쌓아올려야 했다. 나도 모르게 나머지 인류도 엔지니어의 예를 따라 잘 잡히지 않고 쉽게 증발해버리는 고통스러운 심리 상태를 논쟁의 여지없이 지시할 수 있는 일련의 상징에 동의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 부호가 있으면 우리가 침울해지는 일도 드물어지고 외로움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말없이 몇 가지 방정식만 빨리 교환하고 나면 논쟁이 해소될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사람의 고통이 느껴진 단락이랄까. 사실 나는 물리라는 과목과 (학교에서 받은 성적 측면에서) 담을 쌓은 사람이라 230 페이지의 내용에는 무척 공감했으나 232 페이지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과학자들은 그 방정식을 위해 엄청나게 논쟁을 한다. 그 결과물이 방정식이고 EBS <취미는 과학>에도 언급됐듯이 현 시점에서의 방정식이지 나중에 또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p240 / 처음에는 산업적 구조물이었던 풍차도 지금의 철탑과 마찬가지로 위협적이고 이질적인 물체였다고 강조한다. (...) 풍차가 재평가를 받은 것은 많은 부분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위대한 화가들의 업적이었다.
풍차가 그렇게 되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지만 철탑이 과연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문득 철탑도 무언가 예술적으로 승화하면 달라질까? 라고 생각해봤지만 환경파괴, 환경오염,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건강 위협 등등 너무 리스크가 많다.
p251 / 전류는 흘러가는 과정에서 최고의 자선을 베푼다. 소비자들이 전류에 관하여 어떤 생각도 할 필요가 없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본 물류를 떠올리게 한다. 생산지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데, 그 중간 과정은 사람들이 대체로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것.
철탑은 어찌보면 다른 버전의 물류다.
8장, 회계
회계는 정확히는 샐러리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회계 자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기 보다는 각 직급별 샐러리맨의 일상을 추적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회계에 대해 언급된 내용을 IT 기술적인 것으로 바꾸면 구성 및 핵심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이 장의 제목도 "IT" 혹은 "테크업계" 정도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 얘기인 즉슨 여태까지 본 내용 중 가장 친숙하면서도 꺼려지는 부분이라는 의미도 된다.
이 장은 기상, 출근 준비, 출근 과정으로 시작한다.
p268 /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의 끝이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의심과 집념과 변덕스러운 욕망의 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유의 끝은 동의하는데 의심과 집념과 변덕스러운 욕망의 끝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직장인 외 다른 직업을 해보고 싶어서 꿈틀꿈틀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현대인의 수명을 생각하면 늦어도 인생의 중반 쯤 됐을 때 직장인이 아닌 다른 일을 찾긴 해야 한다…
p273 / 더 인상적인 것은 그들에게 지속적인 유산으로 남을 만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IT 업계도 어찌보면 그러하다. 만든 서비스가 출시되긴 하지만 그게 지속적인가? 하면 길어야 몇 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게임은 십년 넘게 가는 케이스가 있지만 IT 업계에서 만들어진지 오래된 것들은 결국 레거시라는 이름으로 버려진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그렇다보니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 일쑤다.
p287 / 그(사장)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은 무슨 비밀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구를 돌아다니며 냉방이나 난방이 조절된 공기를 마시고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그의 인격이 텅 비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일만 하다보면 사장 뿐 아니라도 누구나 인격은 텅 비어버릴 것이다. 그것을 경계하고자 나는 책을 읽는다.
p296 / 피상적으로 보자면 이 규약(성희롱 규약)은 오로지 피해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데 존경할 만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진짜로 보호되는 것은 어쩌면 상스러운 관심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특정한 개인이라기보다는 회사 자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의한다. 사실 회사가 성희롱이나 괴롭힘 규약을 마련할 이유가 딱히 없다. 노동법이나 노동조합에 의해 그런 규약을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규약은 때론 방어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노동법에 의하면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금전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이용할 경우 보상 의무가 면제된다. (참고 링크: 고용노동부) 하반기가 되면 직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휴가 사용 계획을 제출하라고 하지만 구성원 본인 선택이든 회사 업무로 인한 것이든 여타 다른 이유이건 간에 남은 연차에 대해 회사가 돈으로 지급할 필요가 없음을 구성원에게 통보하는 셈이다.
p301 / 사무실 문명은 커피와 알코올 때문에 가능한 가파른 이륙과 착륙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
알코올은 몰라도 카페인 없이는 회사를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9장, 창업자 정신
1장에 살짝 흘렸지만, 이 책은 본인이 작정하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나보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발명가의 권유에 의해 창업자를 만나게 됐다고 하는 거 보니.
그리하여 창업자들이 모인 컨벤션 센터를 찾아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만나기로 한 이란인 사업가가 히드로 공항에서 억류되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 이야기는 웃프기도 했다. 아무튼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큰 시선을 끌지 못했고, 그것은 저자가 보기에도 그랬나보다.
p313 / 창업자들이 처한 환경은 까다로운 재정적, 법적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다른 인간들이 실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상상력과 현실적 태도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 어려운 균형을 잡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상력이나, 본인이 보기에 이거 그럴싸하지 않나- 라는 것만으로 창업하기에는 그것을 원하는 고객이 존재하는가? 라는 상업적 문제와 더불어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아이템인가 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창업은 실질적으로 아이디어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 장 내내 그런 현실을 설파하는 예시가 나온다.
p325 / 나는 영감과 동시에 벌을 받은 기분으로 창업자들의 모임을 떠났다. (...) 그의 갓 태어난 사업은 한층 주류에 속하는 기업들이 간과하는 욕망을 포착하여 그것을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정력적인 사람들이 설정한 목표가 (...)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빛이 바랜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창업자들이 용기를 갖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어찌보면 능력주의 및 자본주의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돌아가 p313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옛날 사회는 포테이토칩에 미래를 한번 걸어보라는 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을 무작정 강조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평범한 삶은 실패한 삶과 똑같다는 식의 잔인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능력주의는 마이클 샌델이 지적한 여러 문제 외에 '너는 발전해야만 해, 그 자리에 있으면 뒤쳐지는 거야' 라는 조용한 강요라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만난 전 회사 동료도 '다들 성장을 하려고 노력하고 욕심을 내는데 가만히 있는 내가 뒤쳐지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사실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 건데, 그렇지 않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능력주의의 무서움이라고 생각한다.
10장, 항공 산업
2장 물류와 더불어 가장 슬프고 맘이 아렸던 장이었다.
가끔 잊고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은 기자이기도 하다. 어느 신문사의 의뢰로 에어쇼에 관한 기사를 쓰러 떠나며 이 장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에어쇼 이야기는 대체로 지루했다. 그나마 흥미를 끄는 대목이라면 p347에 나온, 에어쇼 이후 파티장에서 만난 어떤 영업사원과 나눈 이야기였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산소, 연료, 오일을 순환시키는 고무호스를 생산하는데 그 고무호스를 '인공 핏줄'로 표현하는 것이 신선했다.
이후 저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초청을 받아서 강연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잘못들어 LA를 가지 못한다. 길을 헤매다 결국 모하비라는 작은 도시의 모텔로 갔다. 하지만 급히 잡은 모텔의 시설이 좋을 리는 없었고, 일단 근처를 돌아다니다 오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발견한 곳은 비행기들의 무덤이었다. 몇 번은 출입 저지를 당했지만 약간의 뇌물을 주고 나서는 그들의 면책을 주장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후 들어가볼 수 있었다.
비행기들의 무덤이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이 책에 표현된 상황이 굉장히 슬펐다. 사람의 인생과 굉장히 유사해보였다. 처음에는 기세 등등하게 1등석을 지니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이 다닐 법한 좋은 코스를 다니다가, 어느 정도 연식이 되면 1등석이 사라지고 그저 그런 노선을 다니다가, 이후에는 잡일 치레하듯 여러 유형의 승객을 나르거나 화물기로 지내다가, 종국에는 비행기의 무덤으로 가는 것이다.
p364 / 현대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죽은 뒤에도 기술과 사회가 계속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우리 노동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3장 비스킷 공장, 5장 로켓 과학에서 본 것처럼 현대 인간의 일과 일생이 너무도 덧없다. 지금까지 읽은 것을 보면 결국 이 책은 일의 슬픔만 다룬 느낌인데, 기쁨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나마 6장 그림, 7장 송전 공학, 9장 창업자 정신에서 약간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지만 결국 현실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말이다.
그러자 내 의문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이, 항공 산업의 이야기에서 전체를 마무리하는 내용으로 넘어간다.
p367 /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금기라기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그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p369 / 어쩌면 (일에 시달리는)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현자들이 가르친 대로 죽음에 대비하는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다.
p371 /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줄 것이다.
결국 일의 기쁨은 죽음을 잊게 하는 것, 불안을 잊게 하는 것, 성취감을 맛보는 것, 먹고 살 돈을 벌게 해준다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 끄덕이게 되면서도 뭔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돈'을 제외하면 무언가에 집중할 때의 기쁨인 듯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은 <일의 기쁨과 슬픔>인데, 나에게 이 책은 <독서의 기쁨과 슬픔>이라고 명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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