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전에 읽은 책 -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 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서 머리가 복잡했다. 머리를 좀 비워야겠다 싶어 이번에는 유물 보고 멍때리자! 하며 이 책을 선택했다.
박물관 큐레이션 서비스 <아침 행복이 똑똑>에서 뽑은 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본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PUR 제본으로 만들어져서 페이지 중앙부터 천천히 위아래로 눌러 펼치면 완전히 펴져서 감상하기 매우 용이하다.
그 다음으로 장점으로 꼽을만한 것은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사람에 치여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처럼 직장인인 경우는 주말에나 갈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제한적인 시야이긴 해도- 즉 사진으로 찍힌 부분이라도 찬찬히 오랜 시간을 두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꼽을 장점은 “부록 2 아이가 그린 세상 - 그리기 잔치 수상 모음” 부분인데 새로운 시각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 해당되는 수상자 학생이 쓴 글이 간혹 있는데, 이 글과 그림을 보다보면 이런 시각으로 볼 수 있구나 하는 환기가 된다.
단점은 기대에 비해 유물 자체에 대한 설명은 적다는 것이다.
각 사람들이 느낀 최애 유물에 대한 각자의 감상에 치중되어있다보니,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 적은 건 아쉬웠다. 반대로 말하면 내 멋대로 감상할 자유가 더 커진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긴 하다.
또한 간혹 (인쇄 문제인지 원본 사진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흐릿한 혹은 초점 나간 듯한 사진이 있어 자세히 볼 수 없음이 아쉽다. 대표적 사례가 p183 농경문 청동기이다.
세 번째로 제본은 장점이었지만 앞표지와 뒷표지가 코팅되지 않고 이중이 아닌 단일 종이다보니 휴대하면서 보다보면 표지가 금방 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가볍게 여러 유물을 두루 감상하기는 좋지만 첫번째 꼽은 단점이 나에게는 좀 커서 아쉽기는 하다.
그 단점을 부록 1에서 다소 보완하고 있다. 도자기, 토우, 반가사유상, 괘불에 대한 해설이 있어 재밌게 읽었으나 아무래도 부족하다ㅠ 매 장이 끝날때 몇 페이지 정도 해설이 있었음 더 좋았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