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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20.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 - 리디아 데이비스

by 김연큰 2025. 2. 14.

2024년 7월에 읽은 아홉 번째 책.

하지만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역시 책 제목을 잘 지어야)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책 끝머리 추천의 말에도 있는 말인데- “전형적인 소설의 형식을 벗어난 이야기 모음집” 이라고 한다. 시인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경계 구분이 모호한 글을 쓰고, 저자인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의 글을 그저 ‘이야기 stories’로 부르길 희망한다 한다.

 

그런 글은 대체 어떤 글일까 궁금증에 구매하게 됐는데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ㅠ

 


 

총 5부로 나뉘어있고 시작은 깔끔했다. <도둑맞은 살라미 이야기>, <개털> 첫 두 글이 좋았다. 필사를 하면서 내 케이스에 맞게 고쳐쓰는 걸 해봐도 좋겠다 생각 들었다. 그런데 슬슬 진행될수록 뭔가 싶었다. 책 전반에 드문드문 있는 ’플로베르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고 2페이지를 넘어가는 다소 긴 이야기들은 간혹 재밌는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1부를 읽고 나서 책 말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과 추천의 말을 우선 읽어보았다. 하나같이 <암소들>을 극찬하기에 일단 거기까지는 읽어보기로 하고 어찌어찌 3부까지는 읽었으나. 3부에 그 <암소들>이 나왔고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으며 다시 한 번 옮긴이의 말과 추천의 말을 읽어보고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결정적인 이야기는 364 페이지의 <집안일 관찰> 부분에 대한 코멘트였다. 집안일 관찰은 3부 118 페이지에 있는 이야기로 “이 모든 먼지 아래서도 / 바닥은 사실 아주 깨끗하다.” 라는 단 두 줄인데, 옮긴이의 말은 이렇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머릿속에서 먼지 덮인 바닥을 클로즈업해보고, 내처 바닥 면과 먼지 충을 분리해서 '사고' 혹은 '상상'한 다음 아! 하고 나직한 탄성을 지르지 않았는가? 그렇다. 먼지가 아무리 두껍게 쌓여 있어도 바닥은 사실 아주 깨끗하다. 이는 전혀 몰랐던 사실의 획기적인 발견도 아니고, 엄청나게 숭고한 사상도 아니며, 그저 아! 하고 한번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감탄하는 소소한 순간이다.”

 

나는 여기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집안일 관찰을 보고 ‘응 그렇지 바닥은 사실 깨끗하고 그걸 더럽히는 건 인간일 뿐이지‘ 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면 이는 둘 중 하나다. 나는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져서 이 이야기들을 특별나게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나와 너무 상극이어서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것이거나. 둘 중 어느 것에 해당되더라도 이 책을 끝까지 꾸역꾸역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기로 했다.

 

그 와중에 내가 인상적으로 본 이야기를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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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 개털

 

개가 떠났다. 우리는 그 개가 그립다. 이제 초인종이 울려도 아무도 짖지 않는다. 우리가 늦게 귀가해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여전히 집 안 곳곳에서 녀석의 흰 털이 발견된다. 우리는 그 털을 줍는다. 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 털은 우리에게 남은 녀석의 전부다. 우리는 털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엉뚱한 소원이 있다. 개털을 충분히 모으기만 하면 녀석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거라는.

 

 

p34 / 단모음 a와 장모음 a 그리고 약모음 a의 짧은 사건

 

원문은 다음과 같다.

Cat, gray tabby, calm, watches large black ant.

Man, rapt, stands staring at cat and ant. Ant advances along path. Ant halts, baffled. Ant backtracks fast, straight at cat. Cat, alarmed, backs away.

Man, standing, staring, laughs. Ant changes pach again. Cat, calm again, watches again.

 

 

p66이자 표지 /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

 

최근 나는 어느 문학상을 받지 못했는데,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게으르다는 것은 내가 축약형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할 수 없어 그리고 하지 않을 거야 (cannot and will not)라고 온전히 쓰지 않고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can't and won‘t)로 줄여 쓴다는 것이다.

 

 

p94 / 장례식 중 마지막 문장

 

우리 작가들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훨씬 더 나빠!

 

 

p138 / 나는 아주 편안하지만 조금 더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중…

 

이 책을 계속 읽을지 결정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나의 심정이었다. 그리고 결국 읽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20편 :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 (리디아 데이비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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