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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19.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by 김연큰 2025. 2. 13.

2024년 7월에 읽은 여덟 번째 책.

직전에 읽은 <18. 비행운 - 김애란>이 너무 어두워서 마음까지 먹빛이 된 느낌이라 좀 밝은 책으로 중화해야겠다 싶었고, 뭔가 유쾌해보여서 선택했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로, 제목의 '고등어'는 품위 있게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포기한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책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자유로워라 즐거워라>는 가족 소개와 더불어 실생활 등에 있어서의 가족의 원칙, 가치관을 다루고, 그 다음 비슷한 분량의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는 자녀 교육에 대한 저자의 원칙과 가치관, 그리고 남은 절반 분량은 <공존을 위한 예의>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사는 외국인으로서의 이런저런 생각을 담았다.

사실상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 셈인데,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끼기로는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고 후반부가 본격적인 내용으로 보였다(저자 의도는 그게 아니라 다 중요한 내용으로 생각하고 다뤘을 거라 보이지만).

 


 

책 소개에서 인용하자면 이 가족의 삶은 이러하다.

주어진 대로, 운명을 맞아들이듯 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기로 한 이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우선시하는 삶을 실천해왔다.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직업적인 성공의 일부를 포기했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으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난방과 온수,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했다.

 

가치관은 존중하며 그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는 여러 시도와 생각에는 찬사를 보내지만 솔직히 나보고 실천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우선 이 제목에서 나온 '고등어'가 왜 금지됐는지를 잠시 언급해보려 한다. 독일에서 고등어를 먹으려면 수입산을 먹어야 하고 그 얘기는 엄청난 연료를 사용하며 독일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까지 고등어를 먹을 이유는 없다며 저자의 가정에서는 고등어가 금기시됐다. 하지만 나는 같은 상황이라면 고등어 먹는 '빈도'를 줄일 수는 있어도 '금지'까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실내 온도를 한겨울에도 18도로 유지하는 부분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몸을 움추리는 생활 습관으로 체형 변화도 가져왔기 때문에 몸이 전반적으로 차가운 나에게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습성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겨울에 워낙 한파가 잦으니까 현실적으로 18도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부득이하게 이렇게 혹은 이보다 더 낮은 온도로 살 수 밖에 없는 분들도 있고, 이런 분들은 사회적으로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 교육 부분은 아마 우리나라 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건 독일 교육 제도도 그만큼 받춰준 면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공부 열심히 했으니 김나지움 졸업하면 1년 걍 쉬면서 놀겠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꿈꾸기 어려울 거 같다.

물론 할 사람은 하겠지만 그러면 뒤쳐지는 분위기인 걸 감수하고 해야하니 독일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듯.

 

이처럼 환경적 요소로 인해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저자의 이런 저런 생각과 시도는 본받을만 하다고 본다. 저자도 서술했듯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 독일인도 같은 시도를 하는 경우가 드무니까.

 


 

후반부 절반은 새로운 깨달음이 많았다. 이 책을 소장하는 걸로 결정한 것도 결국 그 후반부 때문이다. 

 

우선 독일의 나치를 경계하는 교육은 잘 진행되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들에게 자리잡은 피해의식, 세대간 갈등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저자가 외국인이기에 받은 차별과 독일의 외국인에 대한 정책과 의식 변화도 주목할만 했는데 '우리나라도 남 일이 아니네..' 라고 생각하던 와중 저자도 우리나라는 독일의 삽질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하고.

(합리주의적일 것 같은 독일도 역시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하긴 완벽한 나라가 어딨겠냐마는)

 

독일에서 벌어진 일본인과의 근대사 논쟁 부분도 흥미로웠다. 국제적으로 합법이었기에 한국을 침략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근대화시켰다(=도와줬다)고 생각하니까 일본인과 역사 인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알아두어야 할 점이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난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 유력하지만..

 

외국인 정책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같이 잘 살기 위한 노력- 예를 들면 뒤쳐진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등은 부러우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언제쯤에나 될까 싶은 마음이 든 게 사실이다.

 

또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것이나 완경 이후 부부관계 등에 대해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반려동물 화장이 과연 반려동물 입장에서도 좋은 것인가? 라는 물음에 사실 집사의 소유욕임을 부정할 순 없으나, 공원 등에 묻어주는 것도 바람직해보이진 않는다. (불법일 뿐 아니라 훼손 우려 등)

결국 정답은 없고 그럼 각자의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미 저자의 가치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로 읽었고 분명 저자의 삶의 방식에 내가 공감은 하되 따르진 않을 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맞았다.

저자가 저자의 방식을 따르지 않은 딸을 존중하듯 이러한 독자들의 생각도 존중하리라 믿늗다.

 

원래 이 책을 읽을 때의 기대치는 전반부에 있었지만 -이 가족이 어떤 노력을 하면서 그들의 가치관을 달성하는지가 궁금했다.- 뜻밖에 후반부가 생각의 여지가 많고 깨달음이 많은 유익한 부분이었다.

앞으로도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후반부는 가끔 들여다볼 듯 하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19편 : 고등어를 금하노라 (임혜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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