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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5

72. 수의 신비 - 마르크 알랭 우아크냉

by 김연큰 2025. 5. 23.

사실 아주 옛날에 산 책이다. 전에 읽었는지 아닌지도 기억나지 않아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고백하자면 5월 11일에 메모앱에 이미 독후감을 적어놨는데 여러 사정으로 블로그에는 이제야 올린다ㅠㅠ

 

제목도 그렇고 목차도 그렇고 대놓고 숫자와 수학을 다루는 책이 맞지만 저자 마르크 알랭 우아크넹은 철학 박사다. 저서 중에도 수학과 관련된 것은 없다. 그런데 수에 대한 책을 냈다는 게 신기한 부분이다. 사실 책 전반은 수와 수학의 역사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 책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수의 기원과 역사, 수학에 나오는 온갖 요소의 기원과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교양 서적으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우리가 흔히 '아라비아 숫자' 라고 부르는 0~9까지의 숫자의 기원이 인도에서 시작되어 아랍권에서 그 모습을 찾았고, 그 때에 엄청난 수학적 발전이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인도에서 현재 IT 인재가 많이 나오고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두각을 나타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수에 도가 튼 민족이지 않았나 싶고.

 

한편 인도는 카스트 제도가 있고 아랍(이슬람권) 종교가 원리주의/근본주의로 가면서 차별적 요소가 강해지고 있는데 이런 것으로 인해 스스로의 잠재적 재능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직전에 71. 페르세폴리스 - 마르얀 사트라피를 읽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또한 0 파이에 대해서도 인상깊게 읽었다. 나는 0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어떤 수를 0으로 나눠도 그 값이 무한대가 되는 경우는 없다. 나눗셈은 곱셈의 역이라고 정의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수를 0으로 나누고 그다음 0을 곱하면 처음 수를 다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한대에 0을 곱하면 0이 되지 다른 수가 되지는 않는다. 0을 곱해서 0 이외의 값을 얻을 수 있는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수를 0 으로 나눈 결과는 글자 그대로 무정의인 것이다.

 

66.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중 <0으로 나누면> 부분에서 인용했던 내용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0 좋아하는데, 다른 매력도 알게 되었다. p90 언급된 것처럼 "3차원의 기하학적 공간을 계속해서 줄여나가면 결국 0차원의 대상에 이르게 된다. 바로 그것이 점이다!" 라는 .

 

또한 이 숫자를 인정하는 게 그렇게 역사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는 게 놀랍다. 심지어 그게 아랍권에서 먼저 인정했으며, 유럽에서는 십자군 이후에야 인정했다는 점이 새로웠다. "인도에서와는 달리 공(空)과 무(無)라는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전혀 없었던" 이라니 나에게는 이게 더 충격적이다! 이게 동서양의 차이였을까?

 

원주율, 파이(ㅠ)는 순환하지 않는 - 즉 반복되는 구간이 없는 무한소수라는 점이 나에게 매력적인 초월수인데, 이 수를 계산하기 위한 역사를 다룬 부분도 좋았다. 아무래도 내가 관심있는 숫자니까 더 그랬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다룬 것처럼 파이의 소수값에 집착하는 추종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이성적으로 이해가 어려울 터이다. 나도 그 소수값을 추적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의사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것이다.

 

제2부 제2장까지 수와 숫자의 역사였다면 3장부터는 숫자와 수학에 대한 이런 저런 것들이 등장한다. 여기부터는 숫자 싫어할 사람은 골아플 내용이긴 하지만..

 

완전수(약수의 합이 자신과 같은 ) 전에 배웠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흥미롭게 읽었고 그래서 6 28 달리 보이게 됐다. 삼각수 사각수는 처음 같다.

 

한편 피타고라스 부분에서 다음 내용을 봤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다.

수학적 증명은 이러한 논리적 과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일단 성립되면 그것은 끝까지 유효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걸 무너뜨린 걸 다룬 소설이 앞서 언급한 <0으로 나누면>이었으니 새삼 그 소설 참 대단하다 생각이 다시금 든다.

 

수와 숫자와 수학에 대한 책에서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짧게 언급된다. 하지만 분량에 비해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니 19세기까지 금녀의 학문이라 남장한 여자 수학자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지 못해 화병으로 자살한 일본인 수학자였다. 앞서 원주율의 소숫값에 대한 수학자들의 집착은 흥미롭게 넘겼지만 페르마의 경우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가르기도 했다는 점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수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들었다.

 

제4부가 참고자료인 관계로 제3부가 사실상 마지막 내용이라 볼 수 있는데 마방진을 중심으로 연금술, 부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퍼즐 푸는 느낌으로 이전 내용보다는 재밌게 읽을 있다. 마지막 마무리는 철학자인 저자답게 철학적으로 마무리한다. 수학이란 무엇인지, 수학은 탄생했는지 언급하면서.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보편적 법칙은 존재하고 그걸 알아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수학은 실상 인도 중국 아랍권 등 동양쪽에서 먼저 발견하고 발전했는데 그 주도권을 서양쪽에 뺏긴 느낌이란 생각도 들었다. 앞서 언급한 제도와 종교적 영향, 그리고 동아시아의 경우는 숭유정책에 의한 사농공상 분위기도 영향이 있었을 거 같다. 역사란 돌고 도는 법이고 수학이 많이 활용되는 IT 분야는 한국 중국 인도계에서 많은 성과가 있으니 다시 판도가 뒤집혀보길 바란다.

 

(참고) p107 <알 자브르와 대수학> 부분에는 알 쿠아리즈미라는 수학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한다. 알고리즘은 컴퓨터공학 쪽에서 필수적인 학문 중 하나로 책에서는 '이 용어는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계산 과정의 전체를 의미한다.' 고 소개한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책 리뷰 72편 : 수의 신비 (마르크 알랭 우아크냉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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