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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5

64.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 루이스 세풀베다

by 김연큰 2025. 4. 2.

이 책은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에 이은 세뿔베다의 세번째 창작 동화라고 하여 읽은 김에 연이어 읽기로 했다. 읽은 날도 명확한데 3월 29일-30일-31일에 하나씩 읽었다. 하지만 사실 3시간 정도 집중하면 세 권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아직 사놓고 못읽은 책이 꽤 있음에도 최근에 구매한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 루이스 세풀베다를 읽고 나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못견디게 궁금하여 여러 권의 책을

kim-lotus-root.tistory.com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가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어서 세뿔베다의 책을 연이어 읽기로 결정했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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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달팽이는 왜 느리냐?' 라고 질문한 것에 답하고자 만들었다는 이야기라 하는데 동기가 넘 따스하다 생각 들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진행한다.
 
주인공은 당연히 달팽이인데 이름이 없다. 이 달팽이는 이름을 갖고 싶어 하지만 다른 달팽이들은 이 달팽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 주인공 달팽이는 왜 달팽이가 느린지 알고 싶어한다.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위 문장은 이야기 초반에 달팽이를 만난 수리부엉이가 자신이 왜 날지 않는지를 말한 대목이다. 그냥 문장이 멋있어서 메모해뒀는데 뜻밖에 이 문장이 뒤에서 이어진다.
 
주인공 달팽이는 자신의 이름을 얻고 달팽이가 느린 이유를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떠나겠다는 선언을 할 때의 달팽이는 참 멋졌다.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저는 저의 행복을 찾아 어쩌구.. 이 짤이 떠올랐달까. 달팽이에게 세상 대부분의 생물은 위험한 대상인데 그걸 감수하고 떠나겠다니!

퇴사짤로 더 유명하긴 하지만...

 

이곳에는 자기한테 친절히 대해 주는 이들도 있고, 가끔 무서운 동물들도 나타나지만, 어쨌든 전혀 모르는 곳으로,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는 거야.

 
4장에서 달팽이는 <반항아> 라는 이름이 생긴다. <기억> 이라는 거북이가 지어준 거다. 이 4장은 참 따스했다. 이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4장에서 마침 이세계의 <낭만젊음사랑>이 나왔고 이 장의 내용 및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https://kko.kakao.com/q7c-3uy3v8

낭만젊음사랑 - 이세계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m2.melon.com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5장에 들어와 인간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환경-즉 그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현장을 보고 반항아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자 기억은 반항아와 자신이 왜 느린지를 알려주며 용기를 준다.

진정한 반항아라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맞서 싸워 이겨 낸다고 말이야.

 
느려서 둘은 만날 수 있었고 반항아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고 닥칠 위험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기억과 헤어진 반항아는 6장에선 여러 종류의 동물들에게 알려 대피할 수 있게 해주고 7장에 들어 마침내 달팽이에게도 알린다. 나이가 많은 달팽이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잃을까 봐 반항아를 못마땅해 하고, 정말 그런 상황이 맞는지 증명을 요구한다. 권위 앞에서는 증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보며 과거의 내 일도 떠올랐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찾는 새로운 민들레 나라는 앞에 있지, 뒤에 있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어쩜 이렇게 용감한 달팽이가 있을까. 나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지. 존경스럽다.
 
먼 길을 가다 힘이 빠질 무렵 달팽이들은 수리부엉이를 다시 만나고, 인간들이 너도밤나무를 베어버린 바람에 날 수 밖에 없는 형편을 듣는다. 수리부엉이의 도움을 받아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해본 달팽이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진 광경을 보게 된다.

저 아래로 보이는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참혹했단다. 그들을 내쫓은 시꺼먼 길이 들판의 대부분을 뒤덮어 버리고 만 거야. 그들이 살던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인간들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거지.

 
인간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벌게 된 달팽이들은 열심히 새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달팽이가 희생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정든 납매나무에서 함께 떠난 달팽이들 중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거야. 결국 젊은 달팽이들만 끝까지 그를 따라온 셈이지.

 
어쩌면 나이든 이들이 떠나려하지 않는 건 지킬 것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떠나봐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아서 그런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예상대로 해피엔딩이지만 그 과정이 지금까지 본 세뿔베다 우화/동화 중 가장 긴장감 넘쳤다. 지금까지 본 주인공 중 가장 약한 존재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루틴, 관습, 정형화된 것들에 마냥 순응하는 것이 가장 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반항아는 반항해서 큰 어려움을 겪지만 그 끝은 구원이었다. 나도 반항아와 같은 상황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큰 용기와 위로가 될 것 같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내 인생의 진보를 위해 반항하고 기억하겠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64편 :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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