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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2024

흰 - 한강

by 김연큰 2025. 2. 25.

제목과 잘 어울리는 겨울에, 2024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소설이라기보단 시 같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에세이 같았다.

 

<흰>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흰>은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

 

첫번째는 알라딘 서점 책소개에 있는 문장이고

두번째는 노벨상 수상 후 노벨위원회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한 말이다.

저 두 문장이 이 책을 구매하고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에세이 같다고 느낀 건 아마 두번째 문장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흰"은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는 이미지다.

나에게 있어서 "흰"이라는 단어는 "흰색 물감"을 떠올린다. 아마 내가 어릴 때 미술학원을 오래 다닌 탓인 느낌이다.

 

흰색 물감은 "하얀" 및 "흰"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그러니까.. 한강 작가가 말한 "흰"은 하얀 도화지 같은 부분의 이미지(무엇이든 칠할 수 있다)라면, 이건 수채화를 배우고 수채화에서 흰색 물감을 써본 사람이 알 수 있는 부분인데 - "흰색 물감"은 다른 색의 탁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을 잔뜩 머금은 붓에 파란색 물감을 살짝 찍으면 투명한 파란색으로 도화지에 칠할 수 있지만 파란색 물감에 흰색 물감을 섞으면 그 순간 투명한 파란색은 안녕이다. 물을 아무리 많이 머금고 붓질해도 뭔가 탁한 파란색이 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흰"은 '탁도를 높이는 무언가' 라는 생각이 더 강했고, 그런 점에서 한강 작가의 의도와 괴리가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기보단 죽음의 이미지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태어나고 두 시간만에 죽은 언니에 대한 진혼곡? 같은 느낌인데 덮고 나서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들리는 "죽지 마라, 제발" - 계속 이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보니 나처럼 느낀다면 한강 작가가 보내고자 했던 메시지 수신에 성공한 것 같다.

지금 살아있긴 하지만 이 책을 좀 더 일찍, 음… 1년 만이라도? 일찍 보았으면 어땠을까.

23년 여름부터 그 혹독했던 1년을 조금 더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을지도.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해설과 작가의 말을 합쳐서 이 책 전체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이 해설을 읽으니 <흰> 자체가 제법 최근작에 속하는 관계로 다른 책을 읽고 나서 이 해설을 한 번 더 읽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은 한강 작가의 전작들을 엮어서 전개되는데 그래서 다른 책을 마저 읽어야 이 해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나 <소년이 온다>를 온전히 다 읽을 수 있을까. 책은 사놨지만 참 걱정이 된다.

이제 한강 작가의 책은 무서운(?) 것들만 남았으니 잠시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시작할까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상태인데, 저 때 생각이 맞았다. 이 책은 한강 작가의 입문용이 아니라, 대표작을 읽고 나서 나중에 봐야 하는 책이다. 이유는 직접 확인해도 좋고 내가 쓴 <소년이 온다> 후기를 참고해도 좋다.

소년이 온다 - 한강

 

소년이 온다 - 한강

2025년 1월에야 이 책을 읽었다. 구매한지는 오래된 이 책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한 걸 익히 알고 있고,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었는지도

kim-lotus-root.tistory.com

 


 

아무말) 책을 읽는 도중 나름의 추리를 한 게 있었다.

주인공이 머무른 장소는 어디일까. 유태인 게토를 언급한 거 보면 나치에게 침략받았던 곳 같은데. 혹시 폴란드?

이랬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맞았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