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읽은 책으로, 한강 작가가 쓰고 봄로야 그림작가가 그린 동화책이다.
정확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데 다 읽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짧지만 마냥 편한 내용은 아니다.
대뜸 '눈물단지' 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를 소개하며 시작하고, 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검은 아저씨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푸른색 새와 함께 다닌다. 책 12 페이지에는 '아주 작은 복숭아빛 새'라고 소개하지만 일러스트와 책 안에서 표현된 인상 탓에 푸른색 새로 더 각인이 된다.
이하는 이 동화의 줄거리인데 너무 직접적으로 다룬지라 접어둔다.
아저씨는 아이에게 '순수한 눈물'을 얻으려고 하지만 아이는 신기하게 아저씨를 만난 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아저씨는 결국 눈물 구매자와의 약속 때문에 떠나려 하고 아이는 새의 속삭임에 이끌려 아저씨와 함께 눈물 매매 현장(?)을 따라간다. 홀로 있을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 눈물을 얻으면 아저씨를 따라가지 못할 거 같아서 그랬던 걸까?
마침내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할아버지(눈물 구매자)를 만나고 할아버지는 눈물을 구매한 후 한 번에 그걸 다 써버린다. 실컷 눈물을 흘린 후, 눈물을 흘릴 때의 감정과 왜 눈물을 흘리지 못했는지 깨달은 후 할아버지는 피리를 부는 꿈을 이루려 떠나려 한다. 아이는 피리를 불어달라 간청하고 피리 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터져나오고 푸른 새는 검은 아저씨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낸다.
아이는 아저씨가 결정으로 만든 자신의 눈물을 보게 된다. 아저씨는 아이의 눈물이 아름답지만 더 많은 빛깔(감정)이 필요해보인다며 특히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저씨의 사연을 들으며 아이는 눈물을 참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다. 헤어지며 각자의 길을 향해 간다.
16 페이지에 색상별 눈물 특징을 언급한다. 연한 연두색 눈물은 아기들의 눈물이고, 그보다 조금 진한 연두색 눈물은 엄마들이 아기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동화 말미에 아이는 연둣빛 눈물을 흘리며 기다릴 엄마를 향하는데 정말 엄마가 연둣빛 눈물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메말라버린 걸까..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43~44 페이지에 있는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가슴이 무너지고, 찢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슬픔 때문에 더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지나가도 나는 울지 못한다. 모두들 내가 슬픔을 모르는 냉혹한 사람이라고 말해왔지. (….) 하지만 계속해서 그런 말을 듣다보니 나 마저도, 내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정말 그럴까.
여기서 공감간 부분은 인생은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다는 것과,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듣다보면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땐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시점에 돌이켜 생각하면 작년의 나는 눈물이 거의 없었다. 사실 잘 운다고 놀림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했다. 마음이 메마르면 눈물도 말라버리는 느낌이다. 저 할아버지도 그랬을지 모른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다. '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아저씨가 있다'는 설정 외의 모든 것을 새로 썼다는데 이런 창의력 창작력 상상력이 참 부럽다. 눈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온다며 눈물에 감사하다며 작가의 말을 맺는데 나를 구했던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위에는 작년의 나는 눈물이 거의 없었다고 했지만 예외가 한 번 있었다. 24년 11월의 어느 날이었는데, 가슴을 치며 고통스럽게 울면서 가족에게 나의 고통을 호소했던 적이 있다. 23년 하반기~24년 여름 동안 쌓이고 쌓였던 것이 한 번에 터진 것이었다.
그 눈물은 이 동화 내용대로라면 아마도 붉은 눈물이었을 거다. 어쩌면 붉다 못해 검은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난 후 메말라있다가 흘린 눈물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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