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칼리지> 김누리 교수님 강의에서 추천한 책 중 하나다. 전세계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했는데, 서점에서 대충 훑어보니 괜찮아 보였다. 책이 두껍지 않고 자간도 넓어 금방 읽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 책의 단점
헌데 막상 자리 잡고 읽어보니 글이 잘 안읽혔다. 저자는 변호사 출신이라 한다. 칼럼도 쓰고 있다 한다. 그럼 글을 잘 쓴단 얘기인데... 한 장 당 페이지 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잘 안읽혔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일단 문장이 읽기 쉽지 않다.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굳이 없어도 되는 불필요한 '~한 것이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다.
게다가 인물 설명이 제대로 안된 경우도 있었다. 23 페이지를 보면 닉슨은 파키스탄 대통령 야히아 칸에게 중국과의 대화를 주선해 줄 것을 요구했고 '야히아 칸은 곧바로 저우언라이에게 소련과 연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닉슨의 뜻을 전달한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저우언라이가 누구야?' 이렇게 된다. 내가 놓쳤나 싶어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저우언라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제1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총리 겸 외교부장을 지냈다는데 이런 기본적인 설명이 없어서 황당했다.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 숨은 내용이 있다는 느낌이랄까? 문장 간 생략된 내용이 있고 내용 연결이 뭔가 잘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시를 들면 p87에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계획에 동조하게 된 계기가 나온다.
중국은 '창춘철도와 뤼순항 및 다롄항에 관한 협정'을 소련 측에 전달하고 2년 내에 동북 지역의 모든 주권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소련은 기본적으로 중국 측 요구를 수용했으며 (중략) 김일성의 남침 계획에 동의하고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은 전보를 보냈다.
이 다음에 바로 스탈린이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뤼순항과 다롄항을 잃을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뤼순항과 다롄항이 왜 중요한지, 단지 전략적 거점이라는 말만 있고 자세한 설명이 없고 (통상 이런 책이라면 지도라도 자료로 곁들여주면서 독자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또한 뤼순항과 다롄항이 그렇게 중요한데 왜 중국 측 요구를 순순히 수용했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책의 장점 및 강점
위에 단점부터 나열했는데, 그런 단점을 이 책의 장점이자 강점이 압도한다. 우리가 쉽게 알 수 없었던 나라별 관계를 알려준다. 국제 기사에서 보는 미국과 중국 관계, 중국과 북한 관계, 북한과 미국 관계는 매우 어렴풋한 윤곽선 내지 스케치 정도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중국과 북한의 골이 깊은데다(사실 김누리 교수님 강의에서 이걸 말씀하셨고 그 점에 궁금증이 돋아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다) 그 역사도 오래 되었다. 또한 생각보다 북한은 국제관계의 강자가 누구인지를 잘 파악하여 미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공부했단 말을 듣고 쟤가 바보가 아니라면 미국 못이길 걸 알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꼽을만한 강점 및 장점은 국제 관계에서 각 국가별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각종 전략과 전술을 알 수 있던 점이다. 당연히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일관성 없어보였던 태도들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생긴달까.
우선 시대에 따라 혹은 정권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국제 관계라는 게 하나의 신념이나 한 가지 잣대만으로 지탱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p247에 언급된 것처럼 이념보다 전략적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에는 인권을 강조하면서 중국에는 그럴 수 없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방향성이 굳건하더라도 경제 등의 상황에 따라 그 방향성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등을 마주한다. 미국 같은 패권국가도 이러는데 하물며 지정학적으로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힌 우리나라는 오죽하랴 싶다.
두 번째로, 예상은 했지만 대외적 메시지는 A다! 라고 해도 실제 원하는 건 B일 수 있고 그 B를 은근히 협상할 나라에 전달한다던가 하는 복잡성도 있었다. 미국 중국 북한 다 마찬가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특정 국가가 내는 메시지가 진의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알기 어렵겠다 싶다.
세 번째로 북한의 핵 문제. 이건 비단 남한과 미국만 위협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중국에 끼칠 영향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대만도 마찬가지로 핵무장으로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 즉 북한의 핵은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간 전략을 가장 많이 접한 건 아마 <삼국지>를 통해서일 거다. 현실 국제 정치는 더 복잡하고 어렵다. 서로의 이해득실을 치밀하게 따져가며 어떻게든 더 이익을 얻고자 각종 수를 들이미니. 각 나라의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사견으로는 책 제목을 바꿔야 하지않나 싶다.
내용 전반이 북한이 주어이고 주인공인 느낌이라, 현 제목의 결을 살린다면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무엇을 원하는가>가 더 적합해보인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책 리뷰 104편 :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김동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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