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2024년에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책이다. 이렇게 얇은 그림책이 최고의 책이라니? 라며 반문할 수 있지만 나에게 이 책보다 큰 감동과 괴로움을 동시에 준 책은 없었다.
맘 먹으면 단 한 두 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2024년 8월 31일에 읽기 시작하여 9월 2일까지 읽었다. 그 이유는 아래 언급하겠다.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책의 소개를 어쩌다 접했다. 아래는 최재천 교수의 글 중 일부:
이 이야기는 '별을 꿈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들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눈이 멀어 버린 못난 남자'의 불행한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거인들은 바로 다름 아닌 자연입니다. 못난 남자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이지요.
이 문구에 홀린 듯 구매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 그림책이 됐다.
사실 하루에- 아니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양이지만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다가올 비극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천천히 보게 됐다.
그렇지만 책 읽기를 중단하지 않는 한 어찌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더 미룰 수 없었어 힘들게 넘긴 페이지에서 결말을 보고는 맘이 쓰라리게 아팠다.
사람은 때론 본인이 해를 끼치려 의도하지 않았어도 어떤 대상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인공도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라는 말을 독자 모두가 하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 책 내용에서 언급한 이 의문문의 화자는 안탈라였을 것이다.)
이 책은 문장 하나 하나도 그렇지만 삽화가 특히 참 아름답다.
선, 색상, 붓 자국, 명암 등 어느 하나 놓치기 어려워 톺아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의미심장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표지가 그러하다.
표지 안쪽은 산인데 마지막 덮기 전은 바다다.
주인공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난 받아들였다.
내용을 모르고 볼 땐 아름답고, 알고 보면 슬픈 그림이다.
온갖 어린이/청소년 추천 서적으로 선정된 모양인데 이 책은 성인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내용 들어가기 전- 책 말미에 있는 최재천 교수와 오소희 작가의 글을 먼저 읽었다(이건 언제부턴가 내 독서 습관이 된 듯 하다).
최재천 교수가 언급한 호사도요 이야기에선 안도의 한숨이 났고 울산 암각화 이야기에는 눈물이 날 뻔했다. 반딧불 이야기에서는 죄책감을 느꼈다. 하필 이 책을 읽었던 9월 1일은 내가 무주 반딧불 축제를 갔던 날이다. 여러 달 전 예약했던 건이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이 날 이후 나는 일부러 반딧불과 같은 것을 보러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연을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소희 작가 글 중 "인간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아치볼드처럼 지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지니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공감의 탄식이 나왔다. 하필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직전인 8월 31일 점심 식사로 새우볶음밥을 먹었다. 나도 지구라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거인’의 목을 베고 있던 것이다. 작가님의 아드님은 여행하는 사람들이 보육원에서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바꾸면 더 나아질까?
이 고민을 안고 책 읽기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이 고민을 하고 있다.
내돈내산이자 내가 쓴 독후감/서평 29편 :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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